보도자료
[인터뷰] '현대가 며느리'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장 "새벽 5시 아침상 차리던 제가 태극마크 달았죠"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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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가 며느리'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장 "새벽 5시 아침상 차리던 제가 태극마크 달았죠"
김태현 기자 2026. 9. 4.
새벽 4시 반 아침상을 차리던 ‘현대가 며느리’가 마흔아홉에 무릎을 다쳐 우연히 '두뇌 스포츠' 브리지를 만났다. 골프도 스키도 접었던 그 겨울 이후, 이제 그녀는 세계 16강을 이끄는 승부사이자 아이들의 스승, 한국브리지협회장이 됐다.
" '현대가 며느리'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화려함을 상상하죠. 근데 저는 여느 주부와 같았어요."
고(故) 김진형 부국석면 회장의 딸로 태어난 김혜영(66) 한국브리지협회 회장은,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던 1982년 스물셋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7남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과 결혼했다. 그녀는 현대가 일곱째 며느리로서 40여 년을 조용히 살았다. 그러다 만 마흔아홉, 스키를 타다 다친 무릎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재활만 하며 보내야 했던 몇 달, 친구의 권유로 처음 손에 쥔 카드 한 벌이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세계 대회를 누비는 승부사가 됐다. 그녀가 꾸린 팀 '서울'은 이번 폴란드 카토비체 월드브리지시리즈에서 한국 역대 최고인 16강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이면서, 동시에 전국의 학교를 돌며 아이들에게 브리지를 가르치는 전도사이기도 하다. 시니어에겐 치매 예방, 아이들에겐 집중력과 사회성. 그녀가 브리지에서 본 것은 게임 그 이상이었다.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 회장은 대한체육회 이사이기도 하다. 대한체육회 활동과 브리지 보급에 얼마나 열심인지, 협회 안팎에선 "이미 브리지 종목이 대한체육회 준회원인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날 인터뷰도 대한체육회 이사들에게 브리지를 직접 가르치는 일정을 마친 직후에 이뤄졌다.
9월 1일,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만난 김혜영 회장은 인터뷰가 끝나자 카메라 앞에서 카드 한 벌을 펼쳐 브리지 한 판을 직접 가르쳤다. 사진 촬영보다 카드 한 판을 더 즐거워하는 사람.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가 며느리'라는 타이틀
'재벌가 며느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화려함을 상상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저뿐 아니라 손위 형님들도 화려하게 사는 편은 아니었어요. 옷차림만 봐도 저보다 더 점잖게 입으시는 분이 많고요. 저는 저다운 멋을 좋아하는 정도예요. 그 시절의 저도 여느 주부와 다르지 않았어요. 아이들 키우고, 공부 도와주고, 남편 내조하며 살았죠
사진 이종현(이오이미지)
현대가 하면 새벽 4시 반 아침상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며느리들이 조를 짜서 당번을 정해 가족 밥상을 차렸어요. 성북동 집에서 청운동까지 새벽 시간엔 10분이면 닿았어요. 저는 일곱째라 상을 나르는 권한만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세간 오해와 달리 온종일 부엌에 매여 있던 건 아니에요. 아침 차려드리고 집에 와서 애들 학교 보내고 나면, 그다음은 쉬는 시간이었어요. 힘들지 않았냐고요? 그렇진 않았어요. 해야 되면 하는 거죠.
예순 가까이에야 바깥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누가 막아서가 아니에요. 젊을 땐 나이도 어렸고 애들도 키워야 했으니까요. 이제는 나이도 들고 애들도 컸으니 자연스럽게 바깥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시아버님인 정주영 회장님은 여성에 대해 깨어 있는 분이셨어요. 시와 문학을 아끼셔서 문인들과 가까이 지내셨고, 겨울이면 기독교 인사들과 찬송가를 부르러 다니실 만큼 열린 분이셨죠. 신년이면 서울의 모든 대사와 글로벌 기업인을 한자리에 모아 만찬을 여셨는데, 며느리들은 한복을 입고 성악가가 노래하던 그 신년 하례회 풍경을 저는 오래 기억해요.
남편인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남편은 천사죠. 제가 선수 생활과 협회장 일을 병행하면서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걸 뻔히 아니까요. 집을 자주 비우는 게 미안해서 아침저녁 시간만큼은 어떻게든 남편과 함께하려고 애써요. 참 고마운 사람이에요. 남편은 저더러 "시아버지를 닮았다"며 웃어요. 시어머니가 시아버님한테 "극성이야" 하시던 말을 이제 남편이 저한테 그대로 하는 거죠(웃음). 제가 생각해도 극성은 맞아요. 근데 다 좋은 일 하려는 거니까요.
동서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집안 행사 때면 청운동 종가에 온 식구가 모여요. 종가가 워낙 커서 120명이 다 모일 정도죠. 나이 또래가 비슷한 동서 몇 명과는 지금도 함께 골프를 치고 서로의 환갑을 챙겨요. 손위 동서인 현정은 회장과는 특히 가깝게 지내고요.
쉰, 카드를 손에 쥐다
브리지를 시작한 계기가 독특합니다.
마흔 아홉이던 2009년에 스키를 타다 넘어져 연골판이 찢어졌어요. 사실 남편이 좋아해서 따라다닌 거지, 저는 스키를 무서워했어요. 부상 후 의사가 1년간 아웃도어 스포츠는 하지 말고 재활만 하라는데, 너무 심심하잖아요. 이듬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인 오혜민 서울시브리지협회장이 "그럼 우리 브리지 배울래?"라고 했어요. 그때가 만 쉰이었어요. 미국 유학 시절 브리지를 배운 신의민 선생님과 러시아인 사모님 부부가 집으로 와서 개인 교습을 해줬고, 배우자마자 서울 클럽으로, 일본으로, 하이난으로 시합을 다녔죠.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207 사단법인 한국브리지협회 회관에서 컨트랙트 브리지 토너먼트 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최준필(이오이미지)
브리지를 모르는 독자가 많은데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요?
정사각형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이 한 편이 되는 2인 1조의 전략 게임이에요. 트럼프 카드를 쓰고 조커는 안 써요. 먼저 '비딩'으로 계약을 정하고, 그다음 플레이를 하죠. 한 판에 10분쯤 걸리는데, 그 10분만 집중하면 되고 카드를 펼쳐놓는 '더미'가 될 땐 쉬어요. 그래서 세 시간에 24판을 해도 체력 부담이 크지 않아요. 게다가 판마다 카드가 달라지니 지루할 틈이 없죠.
브리지의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두뇌 게임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알면 알수록 복잡한데, 저는 그 복잡함이 매력적이었어요. 브리지를 배우고 참가한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겨울 대회도 인상적이었고요.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 200명쯤 모여 조용히 경기를 하고, 끝나면 함께 밥을 먹고 어울리는 거예요. 유럽에선 도시에 따라 오전엔 스키나 바다를 즐기고 오후 3시부터 브리지를 하죠. 그 모습이 어찌나 좋아 보이던지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을 직접 운영하는 구단주이십니다. 이번 월드브리지시리즈에서 한국 역대 최고인 16강에 올랐는데요.
브리지 세계 대회는 상금이 없어요. 대신 부유한 구단주가 뛰어난 용병을 사서 팀을 꾸리죠. 축구는 구단주가 아무리 좋아해도 선수로 못 뛰지만, 브리지는 구단주가 직접 뛸 수 있어요. 저도 한국의 구단주인 남편의 돈으로 팀을 꾸리는 셈이죠. 우리 팀 이름은 '서울'인데, 한류 덕에 해외에서 더 잘 통해요. 선수는 1993년생 명지대 바둑학과 출신 네 명이에요. 바둑을 두던 친구들이라 마인드 스포츠에 강한데, 한 명은 프로 기사를 지망하다 브리지로 왔죠. 카토비체 월드브리지시리즈는 돈만 내면 131개 팀이 붙는,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대회예요. 브리지 강국 중국이 15개 팀이나 나왔지만 줄줄이 떨어지고, 16강엔 아시아에서 한국만 살아남았죠. 교체 없이 네 명으로 하루 8시간씩 엿새를 뛴 끝에 거둔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이에요.
한국브리지협회 김혜영 회장의 경기 장면. 사진 한국브리지협회
경기 중엔 표정도 말도 금지라는데, 감정 조절은 어떻게 하시나요?
평정심은 제가 늘 갖고 싶어 하는 품성이에요. 이미 가진 게 아니라 여전히 바라는 거죠. 브리지는 치열하게 싸우되 감정까지 개입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확률과 더 나쁜 확률이 있을 때, 저는 늘 '여기 킹이 있다'고 믿는 쪽을 택해요. 스스로 비관하는 것처럼 나쁜 게 없거든요.
세계적인 명사 중에도 브리지 애호가가 많다고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유명하죠. 버핏은 주주총회 때 동네 아이들을 데려다 브리지를 할 만큼 좋아해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대만 TSMC를 세운 모리스 창은 아흔이 넘은 지금도 브리지를 놓지 않으세요. 하버드를 나온 아주 똑똑한 분이라 실력도 대단하고요. 그분이 시합하고 싶다고 하면 다들 홍콩까지 달려갈 정도예요. 저도 친구 손에 이끌려 홍콩까지 가서 한 테이블에 앉아 경기를 해봤는데, 휠체어를 타고도 여전히 정정하시더라고요(웃음).
전 세계적으로 브리지 인기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선 이미 생활 스포츠예요. 작은 도시마다 수백, 수천 명이 모여 대회를 즐기죠. 그중에서도 중국이 압도적이에요. 등소평 때부터 공원에서 바둑·체스·브리지를 두던 문화가 있어서, 지금은 인구가 3천만 명쯤 된다고 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니까 정말 잘하고요. 한 팀 내보내는 데만 수천만 원이 드는데도 아낌없이 대회에 팀을 내보내는 나라예요.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저변을 넓혀가는 단계죠.
낯선 스포츠에서 아이들의 놀이로
세계적으론 명사들까지 즐길 만큼 인기가 높은데, 유독 한국에선 브리지가 낯섭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로 전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취미로 즐기는 동호인 중심으로 자리 잡았죠. 친목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지부 설립이나 체육회 가맹 같은 조직·행정 쪽으로는 나아가질 못했고, 신규 회원 모집도 잘 안 돼 확장성을 잃었어요. 그래서 저는 학교와 대학, 체육회 쪽으로 저변을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사진 최준필(이오이미지)
성인 동호인 중심이던 브리지를 유소년과 학교로 넓히고 계시는데요. 아이들에게 브리지는 어떤 변화를 주나요?
집중력과 사회성,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시간이에요. 120명이 몰려와 시끄러운 날도 "이제 핸드폰을 끕시다" 하면 카드에 빠져 세 시간을 보내요. 어떤 아이는 끝나고 엄마한테 "나 오늘 세 시간 동안 핸드폰 안 봤어" 했대요. 그 말이 참 좋았어요. 변화도 여럿 봤어요. 친구가 없어 겉돌던 아이, 소리를 지르며 교실을 뛰쳐나가던 아이가 브리지를 배우더니 서로 짝을 이뤄 유소년 대회에서 1등을 했죠. 이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찍고 싶어 여기저기 연락했는데, 아무도 안 해주더라고요(웃음).
'학교 스포츠클럽 100곳' 목표는 어디까지 왔나요?
지금 절반인 50곳까지 왔어요. 초등학교 방과후·늘봄, 중학교 자유학기 동아리로 브리지가 들어가면 좋아하는 아이들이 생기고, 자연히 클럽으로 이어져요. 100곳이 되면 그 자체가 진정한 확산이라고 생각해요. 대학가에서도 조금씩 저변이 넓어지고 있어요. 동국대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브리지 동아리가 3년 전부터 있고요.
동호인으로 시작해 국가대표를 거쳐 회장까지 맡게 되셨습니다.
2013년부터 부회장을 맡으며 협회 행정 일을 시작했어요. 현대가 인맥은 물론 주변 지인까지 총동원해 협찬사를 구하고 대회 장소를 섭외했죠. 지금 브리지 대회 상당수가 반얀트리·블룸비스타·오크밸리·현대백화점 같은 곳에서 열리는 건 그렇게 발품을 판 덕분이에요. 결정적 전환점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어요. 혼성팀은 선발전에 신청한 팀이 우리 하나뿐이어서 자동으로 출전했는데, 남자 선수가 워낙 귀하거든요. 그래도 예순셋 나이에 선수촌 생활을 한 건 잊지 못할 경험이에요. 50개국 가까운 선수들이 저마다 국기를 단 유니폼을 입고 지나가는데, 그 에너지가 정말 좋았어요. 태극마크의 무게를 처음 느꼈고, 이 스포츠를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누가 저더러 왜 협회 일에 이렇게까지 매달리느냐고 물으면, 저는 그때 선수촌에서의 시간 때문이라고 답해요. 그 책임감으로 2024년 12월, 추천을 받아 제16대 회장에 출마했습니다.
사진 이종헌(이오이미지)
지금의 협회를 갖추기까지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브리지가 인도네시아 팔렘방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는데도, 한국은 출전할 수가 없었어요. 대한체육회에 등록이 안 돼 있었거든요. 출전하려면 가맹 단체가 돼야 하고, 그러려면 전국에 지부를, 시도마다 그 아래 시·군·구 조직까지 갖춰야 해요. 그래서 대한체육회 가맹 자격을 갖추려고 2024년 한 해는 KTX와 고속도로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좌석이 없으면 객차 사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전화를 돌리다가, "이제 내리셔야 됩니다" 하면 내렸죠. 세종·전북·부산·울산·대구·경북·제주·강원·광주까지 다니며 지역 회장들을 만나 부탁했고, 지부를 세우자마자 그 지역에서 실제로 대회를 열었어요. 이름만 지부가 아니라 진짜 지부로 활동한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요즘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꽉 차 있어요. 학교 보급을 위해 교육감님들 만나러 전국을 돌고, 대회에 강습에 회의까지. 정말 눈코 뜰 새가 없죠.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남편과 밥 먹는 시간만큼은 지키려고 해요. 집을 자주 비우는 게 미안하니까요.
2026 카토비체 브리지 월드 시리즈 믹스드 팀 게임 출전 사진. 왼쪽부터 시모네타 파올루찌 이태리 여자 국가대표, 강성석 한국 브리지 국가대표, 김혜영 한국 브리지협회장, 마시밀리아노 디 프랑코 이태리 국가대표 겸 한국 팀 코치. 사진 한국 브리지협회 제공
협회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요?
대한체육회 준회원이 되는 거예요. 2023년 겨울에 인정단체로 등록했고, 내년 가을 준회원 승급 심사 서류를 낼 거예요. 준회원이 되면 공간과 직원 두 명, 대회 경비를 지원받아요. 지금은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버티는 적자 협회예요. 회원 기부만 1년에 1억 원쯤 될 거예요. 그러니 지원이 보장되는 준회원 승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죠.
브리지가 '김혜영 회장 한 사람'의 노력과 인맥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해해요. 지금 협회의 큰 대회들이 저와 현대가 인맥으로 장소와 협찬을 구하고, 구단 운영도 남편의 후원에 기대고 있으니까요. 행정도 저와 오혜민 회장이 거의 도맡다시피 하고요. 제가 손을 떼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게 당연하죠. 그래서 임기가 끝나기 전에, 후임이 협회를 잘 이끌 수 있도록 임원진과 예산 시스템을 갖춰두려고 해요. 물론 지금은 가족과 주어진 환경의 도움을 받죠. 하지만 그 덕에 최고의 대회를 치러내면, 참가자에겐 좋은 경험을, 장소를 내준 분들에겐 공간을 빛내는 성과를 돌려드릴 수 있어요.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득이 되는 선순환이라고 봐요.
사람 김혜영
쉬는 날이나 혼자만의 시간엔 무엇을 하시나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저한테는 나만의 시간이에요. 비어 있는 하루가 생기면 운동하고, 차 마시고, 음악 들으며 브리지 공부 책이나 TV를 봐요. 즐겨 듣는 라디오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좋아하는 아침은 늘 먹는 토스트와 계란프라이예요. 요즘은 책 대신 조간신문 세 가지를 읽고요.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꼽으라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아침에 남편과 조간신문을 보며 대화하고 함께 식사하는 시간. 또 하나는 혼자 운동하고 쉬면서, 간혹 협회 업무 전화도 하고 일을 보는 시간이에요. 생각해보면 브리지를 완전히 떠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웃음).
개인적인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볼쇼이 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 공연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에서 보는 거예요. 브리지 때문에 홍콩이든 폴란드든 다니지만 그건 다 일이잖아요. 발레 공연을 보러간다면, 그건 오직 저를 위한 여행이죠.
1985년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경영대학원 석사 졸업식 때 김혜영 회장과 찍은 사진
결혼 전엔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으셨나요?
딱히 뭘 꿈꾸며 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이 좋아요. 늘 하는 운동이 곧 제 취미이고, 호흡과 집중을 하며 나만의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요. 브리지 테이블에서든 트레드밀 위에서든, 제가 찾는 건 결국 같은 거예요. 호흡과 집중이요.
브리지협회장이란 일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예순이 넘은 지금,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냐고요? 손주들에게 마냥 포근하기만 한 할머니는 아닐 거예요(웃음). 대화를 나누며 티격태격 논쟁하는 재미가 있고, 또 속엣말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할머니. 그러면서도 잘못하면 바로 혼내는 선생님 같은 할머니죠.
브리지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어릴 때 브리지를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좋은 사회의 시민이 되는 거예요. 브리지는 그냥 카드놀이가 아니거든요.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규칙을 지키고, 제 차례가 올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려야 하죠.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정직하게 겨루는 법도 배우고요. 그런 걸 어려서부터 익힌 아이들은 남을 존중할 줄 알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어른으로 자랄 거라고 믿어요. 그게 제가 학교마다 브리지를 심으려는 이유예요.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출처:https://www.womansense.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179&kakao_from=ma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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